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오겸두

★ 마음大路

☆ [허구 超短文] 지구별 여행

松巖/太平居士 2014. 4. 29. 16:58

새로 산 신발과도 같이 어색하기만 한 그의 벤츠가 인생터널로 진입했다. 옆 좌석에는 그의 아내가 졸고 있었고 뒤에는 며느리가 눈을 감고 앉아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다음 안내 시까지 계속 직진하라는 멘트가 흘러 나왔다. 터널 안에서 직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고 이따위 멘트를 내보내나. 터널 속은 그의 인생길 같다고 생각했다. 가솔들은 위한 보급투쟁길에서는 중단 없는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좌우로 회전하려 한눈을 팔다가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가끔은 모험에 성공하여 부러움을 사는 친구도 있지만 열에 아홉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여 재기하지 못하고 평생을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이며 다른 친구들의 도전정신을 사그라지게 만든다. 간혹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는 터널 속을 질주 하듯이 보급투쟁길의 앞만 보고 달리면 식구들 입에 거미줄 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불의와 타협도 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생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몸으로 터득하고 습관이 되다보니 양심의 통곡소리 따위는 오래된 귓속의 이명처럼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중앙분리대로 넓은 화단이 조성되어있고 붉은 꽃이 여백 없이 꽉 차 있다. 너무나 촘촘하게 심어져 있는 꽃은 마치 붉은 떼잔디 같아서 차가 지나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우회전하여 언덕을 올라가서 큰 성당으로 들어가 반듯하게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조명이 어둡다. 약간은 혼잡한 로비에서 수녀가 조그마한 양초를 팔고 있다. 그는 열렬히 참가했던 촛불집회가 생각났다. 그의 아내가 양초 세 개를 달라고 하더니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입장료 내듯이 일회용 라이터 세 개를 건네니 양초 받침용 작은 접시 세 개를 준다. 그가 보기에는 너무나 의아 했지만 데쟈뷰 현상인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엄청나게 규모가 큰 성전의 뒷줄 의자에 앉아 기다리니 TV에서 본 듯한 낯익은 신부님이 강단에 올라 몇 마디 하더니 남자들은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라고 한다. 어느새 철봉을 준비 되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꾸로 매달렸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떨어져 버틸 수가 없었다. 그의 아내와 큰 며느리가 옆에서 응원하지만 그의 체력으로는 한계에 온 듯하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철봉에서 손을 놓아 버리자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몸은 중력을 초월하여 파란 구름이 둥실 떠있는 창공을 날고 있었다. 산 아래 세심처(洗心處)가 아련하게 보인다. 지금부터는 자유(慈遊)를 위한 지구별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