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

★ 일상적 사유(思惟)

☆ 밥만 먹고 가는 결혼식 하객

松巖/太平居士 2019. 11. 4. 14:58

축하하러 꼭 가야하는 결혼식인데 도저히 갈 수 없는 먼 곳이거나, 한날한시로 두세 장 씩 날라 오는 결혼청첩장인 경우에는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빠질 수 없는 동호회에도 가야하고, 주말 등산모임에도 참석해야하고, 오랜 벗들과 우정여행도 가야하는데 겹쳐진 날짜로 결혼청첩장이 오면 난감하다. 이럴 때에 은행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데, 축의금계좌가 인쇄되어 있는 청첩장이면 어찌나 고마운지...

은행계좌번호를 공지하는 것은 하객을 존중하는 혼주의 최소한 예의라고 생각해야한다. 필히 참석하지 않아도 좋으니 축의금이나 보내라고 강요하는 듯 한 뉘앙스를 경계해야 한다. 축의금(祝儀金)은 부조금(扶助金)이다. 때가 돼서 돌아가며 돕는 계와도 같은 것이다. 우리 집 때가 되면 우리도 받겠다는 마음 자체는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시대가 바뀌어 사람들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으니 형식적으로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것 보다는 실리와 편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를 느낀다.

허영심이 발동하여 별로 축하할 관계도 아닌 사람을 불러 모으고, 감당 못하게 많이 온 사람을 소홀히 대접하는 폐단도 없애야 한다.

요즘 결혼식에 가봐야 축의금내고 혼주와 악수한번하고 즉시 피로연장에 가서 밥만 먹고 오는 게 일반적이다. 축성혼(祝成婚)의 취지는 가볍게 여기고, 의무감이나 체면 또는 훗날을 위한 투자로 생각하거나 인맥을 관리하려고 참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항다반사(恒茶飯事)이다.

호텔결혼식에 하객으로 가서 비싼 밥을 먹고, 겨우 밥값에도 못 미치는 축의금을 내는 보통사람들의 심경도 편하지는 않다. 호텔 식사비에 준하는 축의금을 내야하는데 경조사가 여럿 겹치면 가정경제에 어려움도 생긴다. 바쁘다는 핑계로 불참하고 계좌로 몇 만원 보내면 마음도 편하고 경제적인 실리도 챙길 수 있다.

계좌번호가 인쇄된 청첩장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계좌번호 안내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참석하여 축하해주지 못하고 축의금만 보내게 되어 더 미안해한다. 청첩장에 은행계좌번호를 인쇄하는 것은 반드시 축의금을 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객에게 편의를 제공하여 개인의 바쁜 일정을 존중하는 혼주의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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