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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민대신문[문화마당]캘리그래피, 감성을 전하다.

松巖/太平居士 2013. 10. 25. 23:35

http://press.kookmin.ac.kr/site/main/view.htm?num=11155 

 

 

[문화마당]캘리그래피, 감성을 전하다.
기사입력 2013-08-27 16:00 기사수정 2013-08-27 16:22
▲캘리그래피 묵향, 고창완 작가 제공
“굴림 10포인트, 장평 100%, 줄 간격 160%로 보고서를 작성해오시오”
정형화된 양식, 기계처럼 딱딱한 글씨체로 보고서를 쓰다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똑같은 자음과 모음의 문자 속에서 우리는 점점 ‘손으로 글씨를 쓸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잠시만 컴퓨터 자판을 놓아두고 틀에 박힌 문자 세계에서 벗어나보자. 여기 글씨 하나로 마음을 움직이는 ‘캘리그래피'가 있다. <편집자 글>


2013년은 일상의 모든 글자들을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해결해 버리는 철저히 ‘스마트’한 시대가 됐다. 고딕체, 바탕체, 명조체의 디지털 폰트가 주는 단조로운 느낌에 익숙해져버린 대중들은 이제 반복적인 규칙에서 벗어나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고자 한다. 글씨에 감성을 불어넣는 예술, 수줍게 써내려간 어린 시절 일기장 속 필체 같은 ‘캘리그래피’가 우리를 반긴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란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한다. 캘리그래피는 의미 전달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 등으로 대중들에게 감성을 자극하는 손글씨이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전 국민이 입었던 티셔츠의 독특한 필체 ‘Be The Reds’를 기억하는가. 역동적인 선으로 만들어진 이 캘리그래피 티셔츠는 당시 월드컵의 열기를 한층 증폭시키며 ‘축구’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달성한 「괴물」의 날카롭고 섬세한 서체 또한 캘리그래피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마트한 시대에서 더 단단해져가는 캘리그래피는 삼성생명의 ‘사람, 사랑’의 브랜드에서부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예술 분야의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추구
한국의 캘리그래피는 서예를 기초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 캘리그래피는 서예와 차별화된다. 서예는 문방사우의 정형화된 틀 속에 규칙적인 글씨와 재료들로 구성이 되지만, 캘리그래피는 재료의 다양성으로 인한 불규칙적인 요소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건 SBS 드라마스페셜 「나쁜남자」죠. ‘나쁜남자’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쁜남자’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고민 끝에 글씨 방향을 완전 바꿨죠. 글씨도 일반 서예 붓 대신 대나무 뿌리를 사용했고, 종이도 한지가 아닌 순식간의 번짐이 강한 티슈를 사용했습니다”
2010년 드라마 「나쁜남자」로 유명세를 탄 석산 진성영(남·43) 캘리그래피 작가는 재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어떤 재료에 글씨를 쓰느냐에 따라 그 질감과 느낌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진 작가는 생활 속에서 접하는 모든 물건들(나무젓가락, 이쑤시게, 화장지 등)이 캘리그래피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씨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재료를 고른 뒤에 비로소 캘리그래피 작업에 들어간다.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말하는 글씨, 맛있는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씨의 ‘생명력’에 대해 먼저 떠올려야 한다.
“캘리그래피들은 서로 비슷하지만, 똑같은 글씨는 하나도 없죠. 예를 들어 겨울철 가마솥에서 펄펄 끓어오르는 곰국을 보며 ‘얼큰한 곰탕’이라는 글씨를 써 본다고 할 때, 글씨에서 곰탕을 맛있게 먹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글씨야말로 생명력 있는 글씨입니다”
진 작가는 이미지에 맞는 글씨를 쓴다는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막연한 생각으로 공책에 끄적이는 글씨는 캘리그래피가 될 수 없는 법.

디지털화 된 아날로그 감성
표현하고 싶은 캘리그래피 이미지가 확립되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작업은 크게 ‘순수작품’과 ‘상업의뢰작품’으로 나뉜다. 순수작품의 경우는 한지 위에 글씨를 써서 작품화시키는 것이고, 상업의뢰작품은 대게 파일작품으로 작업하는 과정을 말한다.
파일작품의 경우, 기본적으로 종이(일반 한지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들)에 서예 붓(붓 대용의 재료)으로 쓰여진 글씨를 사진이나 스캔을 통해 디지털화한다. 파일작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프로그램이 필수로 사용된다.
여기서부터 아날로그적 예술 감성과 디지털 처리된 디자인의 만남이 이뤄지는 셈이다. 어떤 디자인보다도 ‘디지털화된 아날로그’를 가장 잘 추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캘리그래피라고 할 수 있다. 폰트 제작 전문업체 윤디자인연구소 폰트디자인부 이현호 주임은 “세상이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감성마케팅, 감성디자인을 찾게 된다”며 “가장 간단하지만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는 앞으로 더 다양하게 쓰이며 스마트에 지쳐있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중의 손 안으로 파고드는 캘리그래피
누구라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세상. ‘내가 쓴 손글씨’도 가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지난 13일(화) <국민대신문>은 캘리그래피 강좌가 열리고 있는 ‘캘리그래피 묵향’을 찾았다. 그곳에서는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멋지게 손글씨를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캘리그래피를 배운지 5주째 됐다는 이희원(여·26)씨는 “꼭 정해진 글씨를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가 매력있는 것 같다”며 “수업이 끝난 뒤 각자가 쓴 손글씨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캘리그래피를 제작하다보면 각자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분위기가 전달된다. 강하고 굵직한 글씨가 잘 써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의 글씨가 잘 써지는 사람도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송민아(여·31)씨는 “왠지 모르게 힘 쎈 글씨체가 좋고, 글씨를 강하게 써내려 갈 때 더 잘 써지는 것 같다”며 직접 ‘벚꽃’이라는 글씨를 맛깔나게 써 내려 보이기도 했다.

캘리그래피, 희망을 품다
캘리그래피로 소외된 이웃과 나눔을 담는 곳. 여기 캘리그래피 재능기부로 희망을 전달하는 곳이 있다. 캘리그래피 아트상품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 기업 ‘㈜디귿’은 지난 14일(수)부터 23일(금)까지 인사동 성보갤러리에서 ‘名:명’이라는 제목의 캘리그래피 기획전을 펼쳤다. 이번 기획전은 ‘이름’이 갖는 소중함을 일깨우고. 해외로 입양 나가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존재감과 뿌리를 기억시켜주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행사 기간 동안에는 해외에 입양 나가는 700명의 아이들을 위해 캘리그래피 ‘도장’과 ‘엽서’를 제작하는 행사가 펼쳐졌다. 작가들은 해외 입양아들을 위해 캘리그래피 도장을 새겨주는 재능기부활동을 펼쳤고, 관람객들은 캘리그래피 작가들이 만든 이름 엽서에 입양아들을 위한 따뜻한 메시지를 적는 체험을 했다. 도장과 엽서는 약 15년 뒤 해외 입양자들에게 전달된다. 이번 전시회에서 재능기부에 참여한 한송이(여·29) 캘리그래피 작가는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작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렇게, 글씨를 쓰는 것만으로도 해외 입양아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송현 기자
lsh1201@kookmin.ac.kr

출처 : 캘리그라피스트 진성영
글쓴이 : 캘리작가진성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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