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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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松巖/太平居士 2024. 10. 29. 13:46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김중식은 1967년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문학사상]에 [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 등을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황금빛 모서리], 산문집으로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가 있다.

 

파리떼
           - 김중식-
파리는 잘 안다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던 출신 성분과
알아서 기었던 전력(前歷)을
구더기 시절을
파리는 기억하고 있다
삶이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똥통에서 견디기 내지 버티기라는 것을
또는 반쯤 내지 완전히 썪은 태평성대에서
소시민의 명랑한 투정처럼 앵앵거리기라는 것을
파리는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