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는 계속 권력을 소유하려 하고, 부자는 계속 돈을 소유하려 노력하는 건, 자기가 소유한 것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자가 돈을 잃거나 권력자가 권력을 놓치는 경우에 격노하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부정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어서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전월세로 사는 사람은 웃고 넘길 가능성이 있지만, 집 소유주가 살면 민감하게 반응하며 화를 낸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다른 차와 충돌했을 때, 대리운전을 한 사람과 차의 주인 중에서 더 화를 내는 사람은 자동차 주인이다. 자신의 소유물이 훼손당하면 곧 자기 자신이 훼손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즐겁게 노닐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은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다. 욕망을 비워야 절대적 긍정으로 자유롭게 노니는 삶을 산다.
배를 저어 강을 건너고 있는데 어떤 배가 떠내려와 쿵 하고 내 배에 부딪혔다면 “야! 뭐하는 놈인데 그따위로 배를 몰아” 버럭 같이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충돌한 그 배 안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빈 배라는 걸 발견하면, 성격이 괴팍한 사람이라도 화를 내다가 수그러진다.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빈 배라는 걸 아는 순간 화가 가라앉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에 내가 강을 건너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유유히 뱃놀이를 즐기는 여유로운 감성이었다면, 다른 배가 와서 가볍게 충돌해도 재미난 해프닝으로 여겨서 오히려 마음이 즐겁고 좋아서 더 흥이 날 것이다.
빈 배가 와서 부딪혀 피해를 당해도 화가 나지 않는 건, 내 소유물을 탈취할 잠재적 라이벌이 없는 자유세계여서 정신적으로 긴장이 이완되어 마음을 비우니 펑온이 깃든 것이다.
욕망으로 가득 채운 자신의 삶을 비워내어 빈 배처럼 살면, 실책이 있더라도 결과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우니 이보다 더 고요한 안락함을 누릴 수 있겠는가.
빈 배와 빈 배가 물결에 순응하며 여유롭게 움직이는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평화로운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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