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와 효(孝)의 개념
일찍부터 유교에서는 제사를 이벤트로 보는 관점이 존재했다.
공자(孔子 BC 551~BC 479)는 제자인 계로(季路 BC 542년~BC 480년)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살아있는 사람도 아직 제대로 섬기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고 하였다. 공맹사상(孔孟思想)을 가다듬고 체계화한 순자(荀子)는 제사에 대해 언급함에 있어 '제사란 추모하는 정이 쌓인 것'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또 제사의 대상은 '형체도 그림자도 없으니 단지 격식을 완수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로지 추모를 위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백히 하는 내용이라 하겠다. 그러나 '제사=이벤트'라는 공식이 곧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이벤트라는 것은 헛된 것일 수 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친척들이 화합하고,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제사의 참 의미를 알고, 현대에 맞는 의식 절차에 따라 변해야 할 것이다.
제사는 조상에 대한 후손들의 공경심과 효심을 나타내는 의식이며 가문의 결속과 질서를 세우는 중요한 형식이고 공동체의식과 혈연 친족 간 유대의식을 강화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자라나는 자손들에게는 자신의 근본을 깨닫게 할 수 있으므로 그 의미는 여전히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현재의 나를 있게 해준 조상들에게 정성껏 예를 올리는 것은 자손의 당연한 도리이므로 미신적인 차원으로 무시 하거나, 좋지 않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제사를 친족 간의 화합의 쇼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는 것이 유교 이래 제사의 참의미라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친족 간에 여러 종교가 혼재되어 있을 경우에는 종교적으로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지 말고 타인의 예법과 생각을 존중하면 가문의 평화와 우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시대에는 제사문제로 형제간이나 여자동서 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가 많다.
타지에 흩어져 있는 형제들이 평일에 모이기도 어려운 일이므로 기일(忌日)이 있는 주의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묘소에 모여서 참배(參拜)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며, 나라에서 현충일을 정하여 추모하는 것처럼 가족의 ‘조상추모일’을 정하여 참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효의 근본이념마저 변해서는 안 되겠지만 시대변천에 따른 사고의 변환으로 효의 개념 또한 변해야 할 것이다.
제사의 시간 개념
제사는 ‘돌아가신 날’에 지낸다.
제사는 돌아가신 전날에 지내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날’의 전날에 준비를 하여 ‘돌아가신 날’ 십이시의 첫째시인 자시(子時,밤11시~1시)나 축시(丑時,밤1시~3시) 혹은 미명(未明:날이 밝지 않을 때) 지내는 것이니 시간상의 차이는 있으나 돌아가신 전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것은 틀림이 없다.
자시(子時) 이후에 지내던 제사를 후손들의 편의에 의해 초저녁으로 앞당겨지면서 전날로 착각하는 것이다.
자손들이 대부분 흩어져 살 수 밖에 없게 된 현시대에는 새로운 각도에서 제사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불편함이 있다면 무례를 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을 해야 한다.
사정에 따라 조정을 할지라도 자손으로서의 지극한 정성이 있다면 이것 또한 의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이승에서 생일상을 차리듯이 저승에 새롭게 태어난 날을 기념하여 생일상을 차려드리는 것이 제사이니 몇 시간 또는 몇일 앞당겨 주말에 제사상을 차려도 무방하다.
『성균관 전례위원장 인터뷰(2018.09.20.)』
“홍동백서·조율이시? 근거 없어.. 차례상은 분수에 맞게 차리면 됩니다.”
“제사(혹은 차례)라는 것은 성의껏 조상을 모시는 것인데, 빚을 내가지고 제사(혹은 차례)를 모시면 되겠나. 바닷가에 살면 거기에 맞는 물고기를, 산에 사는 사람은 산에서 나는 과일이나 산나물을 올려야 한다.”
“차례는 ‘조상숭배’ 이외에도 후손들의 친목도모의 장인데 차례 때문에 불행해서는 안 된다.”
피자나 파스타 등 외래음식을 올려도 되냐는 질문에는 “예서에 그런 음식을 올리지 말라는 내용은 없다.”
“차례는 제사와 비교했을 때 ‘약식’으로 지낸다. 제사는 잔을 세 번 올리는 반면, 차례는 단잔을 올린다. 제사 도중 축문을 읽는 과정이 있지만, 차례의 경우에는 축문이 없다.
성묘에 가서는 더욱 간소하게 상을 차린다. 차례상은 추석에는 송편, 설에는 떡국을 올리는데 성묘는 ‘주과포(酒果脯)’만을 지참하고, 밥은 해가지 않는다.”
▼ 퇴계 이황 종가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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