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

★ 일상적 사유(思惟)

☆ 鼎(정)

松巖/太平居士 2019. 1. 28. 15:13

 

 

 

()은 부귀, 건강, 사업 등의 소망을 이루는 금관(金冠)모양의 형상입니다.

문자의 꼴도 좌우 대칭의 균형과 안정성으로 평온한 느낌이 전해옵니다.

물건을 변혁하는 기물(器物)은 솥()만 한 것이 없습니다. 솥의 쓰임새는 물건을 변혁하는 것이니

생고기가 변하여 익게 하고, 여러 가지 단단한 것들을 바꾸어 부드럽게 만듭니다.

물과 불은 함께 할 수 없는데, 솥은 물·불의 특성을 합하게 하여 서로 해치지 않게 하면서

물건을 변혁하여 화합하게 합니다.

 

()은 예로부터 인간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물입니다.

전쟁의 승패는 군사의 수나 무기의 성능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보급)에 의해 판가름이 납니다. 총알이 없으면 육탄전으로 싸울 수는 있어도 굶고는 전투를 할 수가 없는 거지요.

몽고제국이 세계를 제패한 것도 솥 문제를 해결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비상식량인 육포가 고갈되기 전에 열심히 달려가 적의 솥을 빼앗아 현지조달로 보급문제를 해결하는 작전......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할 때에는 파부침선(破釜沈船) ‘솥을 깨뜨리고 배를 침몰시키고 임한다.’고 하듯이 솥이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林尙沃)은 홍경래의 난(洪景來 亂)에 가담 요청을 받은 후 솥을 비유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은 모름지기 크기나 무게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솥을 떠받치고 있는 세 개의 발에 있으므로 어느 한 발이 잘못 되면 솥은 쓰러져 뒤집히고 맙니다. 솥의 삼발이는 명예·권력·재물을 상징하는 바, 商人이 재물 외에 나머지까지 취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모두 다 함께 가질 수 없습니다. 욕심은 화를 부릅니다. 따라서 언제나 재물과 명예와 권력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개의 발 중 어느 하나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 솥은 이내 균형을 잃고 엎어지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임상옥의 아주 완곡한 거절의 말을 듣고 홍경래는 순순히 물러났다고 합니다.

 

()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科擧)의 전시(殿試)에서 수석으로 뽑힌 세 명을 삼정갑(三鼎甲), 귀인들이 모여서 즐기는 진수성찬을 정식(鼎食), 신선들이 모여서 마시는 차는 정차(鼎茶)입니다. 솥의 세 개 다리가 상징하는 것으로는 천((()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이상적인 자연의 질서를 표현합니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근정전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솥이 있습니다. 솥에 을 끓여낸 화합의 정치로 백성을 편안케 하고자 하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민족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우두머리의 리더십(Leadership)에만 의존하면 민초들이 촛불 켜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고생하는 일이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냉철한 지성(知性) · 따뜻한 감성(感性) · 의로운 용기(勇氣)’三鼎 民族性을 갖추고 국민이 바로서야 합니다.

솥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화평힌 분위기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던 것이 정담(鼎談)입니다. 원탁회의의 시초입니다. 힘의 논리로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이 아니고,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 아닌, 솥처럼 조화와 균형으로 정담(鼎談)을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