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땅, 앞곶이 마을(龍仁市 處仁區 蒲谷邑 前垈里 前串部落)이 고향이다.
그 옛날 어릴 적......
이른 아침, 강변의 잔디 꽃은 늘 곁에 있는 누이와도 같이 아름답고 황홀했다. 나는 개구쟁이처럼 잔디밭에 내린 이슬을 발로 휘저어 발자국을 남기고는 개천의 징검다리를 몇 번 씩이나 왕복하다가 맑은 냇물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곤 집으로 달려와 시키지 않았어도 매일 아침에 안마당을 싸리비로 깨끗이 쓸었다. 부모님에게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마당의 흙에 남겨진 빗자루 자국이 장독대 질항아리에 그려진 빗살무늬처럼 너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안마당 모퉁이에 엄마가 가꾸시는 꽃밭에는 채송화, 백일홍, 난초, 맨드라미, 분꽃, 봉숭아꽃 들이 때맞춰 피어나서 바라보는 즐거움이 더했으며 특별히 좋아하던 백합꽃은 안마당을 지나 바깥마당까지 꽃향기를 흩날렸다.
대청마루와 봉당은 어미닭과 병아리들의 놀이터였으며 뒤뜰에서 족제비와 다람쥐들의 숨바꼭질 놀이가 한창일 때 대문 옆 외양간에는 누렁이 암소가 되새김질하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처마 밑 왕거미가 꽁무니로 실을 뽑아 팔각형모양으로 줄을 칠 때쯤 이면 담장 안 텃밭에는 빨갛게 익어 쩍쩍 금이 간 토마토를 닭들이 쪼아 먹고 있었으며, 뒤꼍 장독대에는 서너너덧 마리의 고추잠자리, 쌀잠자리, 보리잠자리와 셀 수 없이 많은 된장잠자리가 쓰르라미의 노래 소리에 춤을 추는 듯 보였다.
초가집 울타리 안에는 넓적한 텃밭이 있어서 고추, 가지, 상추, 오이, 호박, 부추를 키웠고, 우물에는 녹슨 양철통 두레박이 풍덩 던져진 채로 둥둥 떠 있고 우물에서 허드렛물 흘러가는 수채에는 미나리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 어둠이오면, 모깃불을 피워놓은 안마당에서 멍석을 깔아놓고 저녁밥을 먹고 나서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까만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아침에 눈을 뜨면 안방에 누워 자고 있었다.
지금은 부모님과 추억속의 재회만을 허락하는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야속하다.
*** 햇볕이 좋을 땐 뒷동산 한적한 곳에 올라 즐풍(櫛風) 거풍(擧風)을 즐기며 이따금 죽마고우들과 술도 한잔 나누니 몸과 마음이 평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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