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

★ 봉놋방 주향(酒香)

☆ 시간의 노예로 사는 자는 술잔을 들지 말라

松巖/太平居士 2023. 4. 18. 11:50

시간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배고픈 자가 밥을 먹듯이 허겁지겁 술을 마신다. 급하게 마시고 술의 취기가 오른다고 술잔을 엎어 놓거나 그만 마시자고 성가시게 조르는 얼간이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여유로움 없이 마시는 것은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올바른 주도(酒道)에 이르지 못하였음을 자인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술을 마시는데 앞뒤 이해득실을 따져야 할 상황이면 술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최선이다. 내일의 출근이나 특별히 해야 할 일이 걱정이라면 술잔을 받아 핥는 짓은 하지 말고 차라리 입도 대지 말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라.

술자리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으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뒤돌아 볼 것도 없이 떠나도 된다. 길지 않은 인생이니 보기 싫은 사람은 망각의 늪에 던져 버리고 자신의 뜻대로 사는 것도 괜찮은 방식이다.

 

술 마시는 시간이 60분이 될지 2박3일이 될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심오(深奧)한 지혜와 사상이 담겨있는 대화가 오가는 자리라면 오랜 시간 마시고 취하여 얻는 즐거움이 비할 데가 없을 것이다.

세상을 올곧게 사는 사람은 취흥(醉興)의 품격이 다르므로 술 마시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열어 놓아야 참되고 올바른 호주객이라고 할 수 있다.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좋은 의미로서 마구잡이 음주로 호기(豪氣)를 부려도 비웃음을 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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