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가 죽고 난 뒤, 주위사람들이 혀를 끌끌 차며 하는 말을 가끔 접하게 된다. “그 사람 너무 일찍 갔어. 한창나이에 갑자기 죽을 줄 모르고, 비난을 감수하며 벗들에게 밥 한번 술 한번 안사고 여행 한번 안가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악착같이 살았어.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다면 그리는 안 살았을 텐데...” 라고 수군거리는데 사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인간지사(人間之事)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각자에게 수명시계가 주어진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은 수명을 알고 살아가므로 즐겁고 보람 있게 살기 위해 자신의 조건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자신이 죽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도 않고, 주어진 여명(餘命)을 효율적으로 알차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람들이 자신이 죽는 날을 알지 못하니 너도 나도 100년 넘어 만년을 살 것처럼 비효율적으로 삶을 낭비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인간의 지적수준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태어날 때 각 개인의 정확한 수명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인간사회가 어떻게 변할까? 지금까지의 종교•철학•의학•인문학•사회과학•경제학 등의 모든 책들을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인간사회의 규칙•규범•도덕이 '태어난 날' 보다 '죽는 날' 기준으로 바뀌리라 확신한다. "너 몇 살이야?" 묻던 관습이 수명시계가 발명되고 난 후에는 "명이 얼마나 남으셨는지요?" 라고 정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이 죽는 날을 알고 있으므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가치관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바뀌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지만 어떻게 변할지 추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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