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

★ 우주138억년*無量劫♤인간*刹那

☆ 오랫동안 사귀어 온 벗에게

松巖/太平居士 2012. 9. 27. 11:58

벗이여,

우리들의 앞날에 필연적으로 다가올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일부러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잊고 있는 것......

놀라지 말게나. 그것은 죽음이라네.

죽음은 축복이라고 말해도 되겠지.

늙어 가는데 영원히 죽지 않고 산다면 끔직한 일이지.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여 몸의 기력(氣力)이 쇠잔(衰殘)하여 거동(擧動)을 못하는데

죽지도 못한다면 이보다 참담한 일이 또 있으랴.

 

죽는다고 우리가 지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네.

육신이 분해되어 원소형태로 존재하다가 일부는 다시 결합하여

다른 물질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걸세.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 이별이 있으니......

 

나의 주체는 정신(精神)인가? 육체(肉體)인가?

육신이 소멸 되었을 때, 아니 다른 물질로 변화 되었을 때

정신의 세계는 어찌 되는 건지? 육신과 함께 소멸하는 것인지?

정신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일종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면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무지한 나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답답하구나.

 

벗이여,

한 달 후에 죽는다고 가정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못 이룬 꿈이라도 새로이 기억해 내어 용맹정진 하려는가?

정이 깊은 벗과 수작(酬酌)이나 하면서 유유자적 하려는가?

이리 한들, 저리 한들 무엇이 남을까?

 

산 중턱에 걸려있는 구름처럼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인간 세상에 왔다간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죽은 자에 대한 애도의 예를 표하듯이 살아있는 자에게 예의는 갖추고 가야겠어.

나는 시간이 더 가기 전에 한적한 섬에라도 들어가 유언장을 써야겠네.

살아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배려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