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家率)들의 의식주를 위한 보급투쟁의 대열에서 퇴장을 준비하며, 지난 세월을 회고하고 앞날을 경계한다.
우리는 미래의 안정된 삶을 위하여 수십 년간 열심히 일하였으며 은퇴 후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자기계발에도 쉴 틈 없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조국 근대화, 민족중흥, 근면과 성실만을 외치면서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던 사회에서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 보편화 된 미덕이라고 생각되어졌었다. 주마가편의 사전적 의미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뜻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욱 잘하도록 격려함을 이르는 말이다. 돌이켜보건대 그건 격려가 아니라 부와 권력을 갖은 자들의 세련된 착취의 방법이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이 아님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였으니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현재는 규율과 통제의 사회가 소멸하고, 자기착취를 유도하는 성과위주의 사회로 변하였다. 후생(後生)들은 이점을 인식하고 사회현실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비판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과 아무 의식 없이 지배당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의 기업주는 목표달성을 위한 특근 야근을 채근하지 않는다. 대신에 세련된 방법으로 '넌 능력이 뛰어나' '넌 할 수 있어'라고 성과를 부추긴다.
긍정이라는 이름의 강제이고 사회폭력임에도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자신도 모른 채 과잉생산, 과잉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자기착취'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혹사 시킨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되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을 고립시키는 성과위주의 사회에 맞서 사색하는 삶, 영감을 주는 휴식과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착취의 틀에서 벗어나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좋은 친구와 자유로움을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Free와 Friend의 어원은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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