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오겸두

★ 오겸두 문적(文籍)/시가(詩歌) 음송(吟誦)

길 위에서의 생각

松巖/太平居士 2025. 2. 4. 11:59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아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11page에 실린 시)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 위에 쓰러진다

들 풀 /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짧은 노래 / 류시화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남을 아파하더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

 

 

저편 언덕 / 류시화

 

슬픔이 그대를 부를 때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라

세상의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을 때

그 슬픔에 기대라

저편 언덕처럼

슬픔이 그대를 손짓할 때

그곳으로 걸어가라

세상의 어떤 의미에도 기댈 수 없을 때

저편 언덕으로 가서

그대 자신에게 기대라

슬픔에 의지하되

다만 슬픔의 소유가 되지 말라

 


잔 없이 건네지는 술 / 류시화

 

세상의 어떤 술에도 나는 더 이상 취하지 않는다

 

당신이 부어 준 그 술에

나는 이미

취해 있기에



☆☆☆☆☆☆

류시화(1958년~ , 충북 옥천 )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번역가,

 

본명은 안재찬이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서울 명륜동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그는 1년에 약 100권의 명상서적을 원서로 읽는 독서광이며,

16년 동안 겨울이 오면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가이다.

 

독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지만

문단과 언론에는 인정받지 못한 시인이기도 하다.

류시화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시로 여는 세상》 2002년 여름호에서

대학생 5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윤동주 김소월 한용운과 함께 류시화 이름을 올렸으며

명지대학교 김재윤 교수의 논문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10위, 21세기 주목해야할 시인 1위,

평소에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윤동주 시인 다음으로 지목된다.

또한 류시화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