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遊到人(자유도인)

松巖 吾,謙螙. 무엇을 사유(思惟)하며 사는가?

만필 잡록(漫筆雜錄)-오겸두

★ 마음大路

☆ 빛 좋은 개살구

松巖/太平居士 2018. 8. 12. 16:45

아들은 '빛 좋은 개살구' 다.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식구(食口)일 때는 좋지만 장성해서 분가(分家)하여 가족(家族)이라는 법적관계가 되면 피차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는 있어도 식구증명서는 필요치 않은 세상이니 그러려니 해야겠지. 아들 옆엔 천년손님(나와 사이는 좋아도 남의 따님)이 붙어 있어 전화 한 통 하려하다가도 눈치가 보여 그만 둘 때도 있다.

내 자식이지만 시간구애 받지 않고 불러내 마음 놓고 술 한 잔 하자고하기도 어렵다. 아들 역시도 사회적인 관계망을 유지해야 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친구도 많을 거다. 굳이 늙은 아비와의 술자리가 반갑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스스로 위축되어 자기검열(自己檢閱)을 하게 된다.

내 아버지에겐 나도 '빛 좋은 개살구'였을 것이다. 아니 개살구처럼 행동했다. 그렇지 아니한가? 아버지가 극락으로 가시고 난 후 세월이 한참 지나 아버지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도 철이 드는가 보다.

아들도 내가 이승을 떠나고 긴 세월이 흐른 후에 아버지의 인생을 생각할 것이지만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자식이 하는 효도는 오직 부모만을 위해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노쇠하여 걷기도 힘든 부모는 효도여행 가기 싫다.

하지만 자식의 사회적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내색하지 않고 억지로 간다.

이건 부모를 위한 거라기보다 자식의 짐을 덜어내고 죄책감을 없애주기 위한 행동이다. 자식이 체면치레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고 편히 지내게 하려는 부모의 배려인 것이다. 이 정도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경제·사회·문화 등의 분야에서 의견차이가 생길 때에 박박 우겨서 늙은 아비를 이기려는 자식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고 괘씸해서 마음을 접게 된다. 이럴 때에 식구(食口)에서 가족(家族)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내가 왕이라면 왕위를 물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솔직한 심정은 부조리한 모든 게 부전자전(父傳子傳)일거라고 생각하고 위안을 삼는다. 늙어보니 '입바른 소리'이던 '입에 발린 소리'이던 다 의미가 없더라.

여생은 하고 싶은 것이나 하면서 그냥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이다.

 

*** 식구[食口] :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 가족[家族] :〔민중국어사전〕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자식, 손, 증손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 즉 직계비속(直系卑屬)이다.

*** 부부를 기준으로 하여 윗대인 조부모 부모 등 직계존속(直系尊屬)은 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조상(祖上)이고, 방계(傍系)인 형제자매는 친척일 뿐이다.

*** 천년손님 : 며느리(∵ 죽어서까지 선산에 같이 누워있다.)

*** 백년손님 : 사위( 살아 있을 때에 잘 지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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