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시게! 나이가 적잖게 드니 술 마시는 자리가 부담스러워질 때가 늘어가지요?
젊은 날엔 서로 없는 처지이니 1/n 추렴하여 내는 경우가 많았었고, 때로는 아는 형들에게 얻어먹기도 했었지만, 어느샌가 늘~ 술값을 내야 하는 좌장(座長)의 나이가 되니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있을 겁니다. 주머니 사정이 항상 여유로운 건 아닐 테니까요.
형편이 그렇다 해도 술 한잔 마시며 노닥거릴 수 있는 술자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겠지만, 조만간 쐬주 막걸리값이 오를 거라는 소식이 들려오니 가벼운 주머니가 부담스러워 벗들의 얼굴 보기가 더 힘들어지면 어쩌나 걱정이오.
말 많이 하고
술값 낸 날은 잘난 척한 날이고
말도 안 하고
술값도 안 낸 날은 비참한 날이고
말 많이 하고
술값 낸 날은 그중 견딜만한 날이지만
오늘, 말을 많이 하고 술값 안 낸 날은
엘리베이터 거울을
그만 깨뜨려버리고 싶은 날이다.
‘자화상 2 – 술값’ 신현수(1959~)
<나는 좌파가 아니다 (작은숲, 2012)> 중에서
얻어먹고 떳떳하니?
난 당당해.
가끔 주머니가 빌 때도 있거든.
사주면 기분 좋니?
그 녀석은 늘 얻어만 먹으니 그냥 그래.
- 오래된 선술집에서 -
'★ 봉놋방 주향(酒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盡得風流(진득풍류) (0) | 2025.02.06 |
---|---|
☆ 호주객(好酒客)의 도(道) (0) | 2025.01.27 |
☆ 홈술 (0) | 2025.01.27 |
오늘은 어떤 술을 따야 할까 (1) | 2024.09.08 |
☆ 번갈아 술사기 (0) | 2024.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