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家閑眠圖 어가한면도 (김홍도)]
물살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한가롭게 잠이든 어부...
어부는 자연에 깊이 동화하여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르러 배가 여울에 다다르도록 흘러가는 것도 모른 채 잠든 모습이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엿볼 수 있다.
글씨는 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숨어 유유자적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流下前灘也不知 앞여울까지 흘러가도 모르고 있네
檀翁醉墨 단옹이 취하여 그리다
[김홍도 필 추성부도 (金弘道 筆 秋聲賦圖)]
단원(檀園) 김홍도가 별세하기 얼마 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노년기에 느끼는 쓸쓸한 가을밤의 서정을 노래한 구양수의 글에 감흥을 일으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의 오른쪽에는 산과 메마른 수풀이 그려져 있고, 한가운데에는 초가집이 있으며, 둥근 창 안으로는 어렴풋이 구양수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에서 달과 별은 맑게 빛나 천하를 비추고 사방은 고요한데 가을소리(秋聲)는 수풀 사이에서 들린다.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처리된 메마른 붓질들은 차가운 달빛 속에서 거칠고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소리를 전달해 내고 있다.
죽음을 앞 둔 노년의 단원 김홍도는 만물이 조락(凋落)하는 가을을 맞아 인생의 허무함을 탄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완당 김정희
세한도 [歲寒圖]
조선 후기의 서화가 秋史(추사) 김정희가 그린 그림. 국보180호, 정식 명칭은 '김정희필 세한도'이다.
송백(松柏) 같은 선비의 절조(節操)와 제주도에 유배 중인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1844년 김정희가 제주에 유배된 지 5년 즈음에 제자인 藕船(우선)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오른쪽에 ‘歲寒圖(세한도)’라는 화제(畵題)와 ‘藕船是賞(우선시상) 阮堂(완당)’이라는 관지(款識)를 쓰고 ‘正喜(정희)’와 ‘阮堂(완당)’이라는 도인(圖印)을 찍었다.
오른쪽 하단에는 ‘長毋相忘(장무상망)’ 인장을 찍어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며, 제자의 의리에 감사를 표시.
잣나무는 藕船(우선) 이상적을, 소나무는 秋史(추사) 김정희를 뜻하는 것으로 오른쪽으로 소나무가지가 늘어져 藕船是賞(우선시상)을 떠받치고 있고, 작은 집 한 채는 秋史(추사) 자신의 신세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세한도 그림에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라는 문구가 있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푸르른 이유를 안다는 뜻이다.
추사와 이상적의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추사의 편지는
세상의 온갖 도도한 무리들은 오직 권세와 이익을 좇는 것이 예사인 줄 아는데 그대는 어렵게 구한 책을 권세가에 바치지 않고 유배지에서 쓸쓸하게 보내는 나에게 주었네. 사마천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익으로 얽힌 자는 그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곧 남남이 된다고 했네. 그런데 그대는 속세의 한 인간으로서 권세와 이익과는 무관한 나에게 이토록 귀한 책을 보냈으니 그대는 권세와 이익에 초연하고 있음이네. 공자 말하기를 ‘송백(松柏)의 시듦은 세한(歲寒) 연후에 알 수 있다’고 했네. 하지만 실인즉 송백이란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 것이 아닌가. 세한 이전에도 송백이요, 세한 연후에도 송백인 걸세. 그러고 보면 송백은 노상 변함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공자는 특히 세한 연후의 송백을 지적하여 깊은 의미를 부여했네. 성인이 유별나게 송백을 찬양한 것은 그것이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 정조 정절 때문만이 아니라 세한을 당하여 더욱 돋보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상적이 추사에게 보낸 답신은 이렇습니다.
황량한 벌판에 고고히 서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꺾이거나 낙엽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스승님의 의연한 자태. 그것은 그 어떤 세파에도 굴하지 않으며 누구의 중상모략에도 변명하지 않고 당당히 버티고 있는 임 향한 일편단심의 자태입니다.
梣溪以此二字轉承疋囑, 欲以隸寫, 而漢碑無第一字, 不敢妄作, 在心不忘者, 今已三十年矣, 近頗多讀北朝金石, 皆以楷隸合體書之, 隋唐來陳思王, 孟法師諸碑, 又其尤者, 仍仿其意, 寫就, 今可以報命而快酬夙志也. 阮堂幷書.
침계(梣溪) 이 두 글자를 부탁받고 예서(隸書)로 쓰고자 했으나, 한나라 비문에 첫째 글자가 없어 감히 함부로 쓰지 못하고 마음속에 두고 잊지 못한 것이 어언 30년이 되었습니다. 요즘 북조(北朝) 금석문을 많이 읽었는데, 모두 해서(楷書)와 예서의 합체로 쓰여 있습니다. 수나라, 당나라 이래 여러 비석들은 그것이 더욱 심합니다. 그대로 그 뜻을 모방하여 썼으니, 이제야 평소에 품었던 뜻을 쾌히 갚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완당이 아울러 씁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思惟)의 방'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 半跏思惟像) - 국보78호/국보83호
반가부좌를 틀고 현세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한 상념에 잠긴 반가사유상의 그윽한 미소가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을 받는다.
폐목정좌(閉目正坐) 단사절영(斷思絶營) 눈을 감고 잡다한 생각을 끊고 마음의 흐름을 멈춰라.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미소를 머금고 사유(思惟)할 뿐...
'★ 정보*지식 갈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풍류[風流] (0) | 2024.02.27 |
---|---|
2030년 지구 멸망 시작 (0) | 2023.08.16 |
세계 거짓말 대회 (0) | 2023.07.06 |
부처님 오신 날 (0) | 2023.05.27 |
아름다움의 비결 (0) | 2023.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