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합니다.
우인(友人)•지인(知人)들과의 관계도 좀 더 정성스럽게 가꾸거나 유지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흐르는 물처럼 단순하게•평범하게•자연스럽게 유지 되겠지요.
산다는 건 세상에 빚을 지는 일입니다. 빚의 다른 말은 '신세'이고 '은혜'이기 때문이지요.
빈손으로 이승에 온 우리는 태어남부터 양육까지 부모님의 은혜를 입었고, 스승님으로 부터 가르침을, 가족으로부터 평안함을, 벗에게서 즐거움, 자연으로부터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 모두가 신세이고 은혜이지요. 이렇듯 무한광대(無限廣大)한 신세와 은혜를 갚을 엄두를 낼 수는 없어도 과오가 뒤범벅된 내 삶의 흔적이라도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이 세상에 대한 도리라 여겨집니다.
온 세상을 비추는 달이지만 지나간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깨끗이 지워 흔적 없는 삶을 살고 간다면 얼마나 홀가분할까요?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유언을 남긴 법정 스님처럼 자신의 생전 흔적을 지워가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평온 할까요?
기억속의 시 두 편을 읊조려 보렵니다.
《쉬어가는 삶》 -법정스님-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마라.
편안한 발걸음으로 쉬어가라.
무엇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묵묵히 쉬면서 천천히 가라.
오는 인연 막지 않고
가는 인연 붙잡지 말라.
놓으면 자유(自由)요,
집착함은 노예(奴隸)다.
이 세상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짐을 내려놓고 쉬어라.
쉼이 곧 수행(修行)이다.
쉼은 삶의 정지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쉼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고역(苦役)일 뿐이다
그릇은 빈 공간이 있어
그릇이 되는 이유다.
지친 몸을 쉬는 방(房)도
빈 공간을 이용하게 된다.
빈 것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삶에 꼭 필요한 것이다.
삶의 빈 공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쉼은 더욱 소중하다.
쉼은 삶을 더욱 살찌게 한다.
쉼은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
풍요와 자유를 함께 누려라.
쉼이란 놓음이다.
마음이 해방되는 것이다.
마음으로 벗어나 쉬는 것이다.
그래서 쉼은 중요한 삶이다.
오는 인연 막지 않는 삶이요.
가는 인연 잡지 않는 삶이다.
시비(是非)가 끊어진 자리
마음으로 탓할 게 없고,
마음으로 낯을 가릴 게 없는
그런 자리의 쉼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諸行無常)
인생도 잠시 쉬어갈 뿐이다.
♧ ♤ ♧ ♤ ♧
율봉스님이 열반하셨을 때,
세간의 헛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선생께서 지으신
《율사시적게(栗師示寂偈)》
花落有實 月去無痕
꽃이 지면 열매가 있지만
달은 가면 흔적이 없네
誰以花有 證此月無
누가 꽃의 유(有)를 들어
저 달의 무(無)를 증명하리
有無之際 實師之眞
유(有)와 무(無)의 경계는
실로 스승님의 진리라오
彼塵妄者 執跡以求
허망한 티끌에 허덕이는 자는
넘겨진 자취에 집착하여 구하네
我若有跡 豈留世間
내 만약 자취를 남기려했다면
어찌 세간에 머물렀으리요
妙吉祥屹 法起峰靑
묘길상은 우뚝 솟아 있고
법기봉은 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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